- 선물(1)
“영근 샘, 저 내일 친구들에게 줄 게 있어요.”
“뭔데요?”
“내일 보여드릴게요.”
**는 금요일 오후까지 이 말을 몇 번이고 더 했다. 친구들에게 주고 싶다는 게 뭘까? 궁금하기도 하다.
“얘들아, 이거 받아.”
“와, 귀엽다.”
“영근 샘은 두 개 줄까요?”
“저도 하나 받을 게요. 고마워요.”
도토리다. 우리 학교는 많은 학생들이 아파트에 살지만, 수리산 자락 주택에 사는 학생(우리 반은 둘)도 있다. **는 주택에 사는데 집 가까이에서 추석 연휴에 주웠다고 한다.
- 선물(2)
금요일 오후, 교실에서 강의가 있었다. 한창 하고 있는데 앞문이 열린다. 문 앞에 ‘연수 중’이라 써둬 누가 문을 열지 않는데, 문이 열려 순간 놀랐다. 00가 고개를 내민다. 나는 고개를 위로 하며 안 된다는 신호를 보낸다. 그 신호를 제대로 못 알아챈 00, 뚜벅뚜벅 걸어온다. 방과 후로 축구 동아리 하는지 축구 옷에 축구 양말을 신고 조심스럽게. 나도 강의를 잠시 멈추고 00를 본다.
“뭐 가지러 왔어요?”
“아뇨. 영근 샘, 이거요.”
00가 건넨 건 벌집이다.
“이거 영근 샘에게 주는 선물인가요?”
“네.”
00는 온 걸음을 돌려 다시 나갔다.
(* 00는 1학기에도 수업 마치고 동무 둘과 함께 교실에 다시 왔던 적이 있다. 그때는 학교 둘레에서 땄다고 오디, 앵두를 비닐봉지에 담아왔다. 그걸 내밀었던 손에 이번에는 벌집이었다. 물론 벌이 두고간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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