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이날 맞아 효도책을 만든다. 해마다 새로운 방법이 나오지만 우리 반은 늘 같다. 나는 오래오래 같지만 학생들은 처음이라 괜찮다. 갈수록 차분히 하나씩 차례대로 한다. 인쇄해서 잘라두고 하나씩 나눈다.
1. 편지 쓸게요.
2. 부모님 상 만들게요.
3. 책 표지 접을게요.
4. 책 표지에 편지와 상 넣을게요.
5. 쿠폰 발행하고 사용법 쓸게요.
6. 표지 꾸밀게요.
다 만들었다. 학생들은 2교시 동안 정성을 쏟았다. 가장 힘주어 말한 게 '사랑을 정성으로 담자'였다. 다음 잇는 말에 어떻게 해요, 하며 놀란다.
"효도책 가져오세요. 영근 샘 선물인 커피 붙일게요. 타 드리는 건 여러분이 해 주세요. 아, 효도책을 드릴 때는 큰절하고 드리세요. 그 모습은 영상으로 찍어 밴드에 올려주세요."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저녁이건만 커피 타는 아이들 모습이 밴드에 계속 올라온다. 고사리 손으로 커피를 따고 뜨거운 물(영상 찍는 부모님이 부어놓으신)에 넣고 오래오래 젓는다. 이거 드세요, 하는 말에 나타나는 부모님 손과 맛있네, 하는 말에 웃는 아이다. 언니와 함께 자매가 한 잔씩 함께 타서 내밀기도 한다. 곱다.
효도책에 설렘도 있다.
"효도책에 있는 쿠폰을 쓰면 영근 샘이 여러분에게 쿠폰을 줄게요. 노래선택쿠폰도 있고, 밥먼저먹기쿠폰도 있으며, 맛난간식쿠폰도 있어요. 부모님이 쓰신 쿠폰 가져와 바꾸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