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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한 등교수업, 한 주를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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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한 등교수업, 한 주를 돌아보다.

두 주 동안 원격수업을 마치고 학교 모든 학생이 학교에 와서 수업했다. 앞으로는 이렇게 온전히 학교에서 할 예정이다. 1학기에도 등교수업을 했지만 2학기에는 조금 더 한다. 1학기에는 5교시 정도 수업하고 집에서 나머지는 원격수업이나 가정수업을 했는데, 2학기는 점심도 학교에서 먹는다. 코로나지만 두 해 전 일상으로 조금씩 돌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못하고 있는 것은,
+ 9시~9시 10분: 책나래 펼치기 시간(물론 우리 반은 ‘책나래 펼치기’를 날마다 하고 있다. 다만 학교에서 시정표에 이 시간을 따로 두지는 않고 있다.)
+ 짝 활동, 모둠살이: 개인 자리로 거리를 두고 앉으니 아직은 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 체험학습, 가을 운동회
+ 학부모 공개수업: 학생들에게 집중하자며 취소했다.


엉뚱한 생각) 학교에 어른이 없다. 학생들은 등교수업을 한다. 학생들 소리가 학교를 가득 채운다. 학생들이 집에 간다. 선생님 포함 교직원들은 자기 자리에 있다. 만남이 불편한 때라 다들 교실에 있다. 갈수록 혼자서 교실에 있는 게 익숙하고 편한 기분마저 든다. 학교에 어른이 없다.


이렇게 하지 못하는 것이 있지만 삶은 살아야 한다. 그것도 할 수 있는 만큼 제대로, 제때. 한 주 삶에서 그 삶을 조금 더 챙겨본다.

월: ‘이제야 개학이네요.’ 하는 학부모 말씀이 오래 남는다. 그랬다. 7월 16일 방학을 했지만 9월이 지나도록 집에 있었던 학생들이다. “개학을 해서 좋다.” 하는 학생들 글도 있다. 원격수업을 두 주 동안 했지만 학생들에게 개학은 학교에 와야지 하는 거다. 이런 생각이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화: 아침에 비가 왔다. 학생들은 비를 만난 이야기를 글똥누기에 많이 쓴다. 같은 비라도 어떤 학생은 귀찮을 만큼 싫다. 어떤 학생은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을 만큼 좋다. 무엇이든 다 다르다. 그럼에도 같은 마음이었으면 하는 게 있다. 제 삶이 행복했으면 한다. 오후에 학부모 두 분에게 문자를 들였다. 한 학생은 준비물을 안 챙겨 확인할 때 고개를 숙인다. 다른 학생은 과제를 하지 않아 고개를 숙인다. 이런 일은 1학기부터 늘 있었다. 그럼에도 1학기에는 학부모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되도록 그 학생에게 힘을 주거나 잔소리하며 해 보려 했다. 학부모에게 이런 말을 하지 않은 까닭은, 아직 ‘때’가 아니라 생각했다. 아직은 학생과 내가 스스로 해 볼 때라 생각했다. 그럼 무엇이 달라졌기에 연락을 드린 것일까? 학부모 마음이 조금은 열렸을 ‘때’가 되었으리라 생각했다. 3, 4월에 이런 일로 말해도 학부모도 힘들 테다. 이전 학년에도 들었을 게 뻔하고, 그걸 집에서 고쳐보려 했으나 안 되었을 게 뻔하다. 들으며 길은 안 보이고 속상하고 힘만 들 것이라 ‘때’가 아니라 생각했다. 이제는 그 때다 싶었다. 다만, 문자로 보내며 몇 번이고 다듬었다. 지금 쓰는 이 글은 쓰고 한 번 읽으면 끝이다. 그렇지만 학부모에게 보내는 이번 문자는 몇 번이고 읽고 다듬었다. 문자를 받은 학부모도 함께 하겠다고 하셨다. ‘때’가 온 게 맞았다. 한 분과는 전화 통화도 했다. 문자로 주고받는 게 다 담을 수 없어 통화를 했다. 서로 아이를 위해 길을 찾아보자며 끊었다.
(수요일부터 아이들은 어제보다는 나은 모습이었다. 나도 아이들에게 조금 더 마음을 쏟는다. 집에서도 그럴 테다.)


** 어머니, 안녕하세요. 부탁드릴 게 있어 문자드려요. 오늘 아침에 **가 교실 들어서며, "저, 일기 가져왔어요." 하고 큰소리로 말해요. 어제 못 챙긴 것을 챙겼다고 인정받고 싶은 거죠. 영근 샘에게. 그런데 아뿔싸. 어제 쓴 일기장이 아니네요. 알림장과 글똥누기, 책나래담기(독서록)을 안 가져왔어요. 그러니 이거 묻는 영근 샘 말에 고개 숙여요. 인정받고 칭찬 받고 싶은데. 물론 곧 다시 기운 차리고 즐겁게 지내지만. 이런 작지만 필요한 것을 조금 더 도와주셨으면 해요. 그럼 내일 아침에는 더 크게 말할 거예요. "영근 샘, 다 챙겼어요." 하며. 그럼 하루가 더 즐겁겠죠. 당당하니.
부탁드려요. 챙김이 조금 더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러며 스스로 할 것 같아요.
+ 하나 더, 이 글을 받았다고 하지 말아주셨으면. 워낙 눈치가 빨라서리. ㅎ

[** 어머니 답장] 선생님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교과서, 준비물 챙기는 것만 생각하고 제가 잘 몰랐어요. 바쁘다는 핑계로 **를 많이 못 도와주었네요. 선생님, 다음에도 이런 일 있으면 저에게 꼭 말씀해주세요. **에게는 비밀로 하고 잘 찾아서 보낼게요. 감사합니다.


수: 내일 영화(샬롯의 거미줄)을 보기로 했다. <샬롯의 거미줄>을 지난 주까지 다 읽어 본다. “선생님, 1학기 영화 볼 때처럼 먹을 거 가져와도 돼요?” “음, 여러분은 어떤가요?” “먹으며 봐요.” “네. 그럼 그럽시다.” 하고는 학부모에게도 안내드렸다. [내일은 책나래 펼치기로 읽은 <샬롯의 거미줄> 영화를 봅니다. 학생들이 영화관처럼 먹으며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통(!)에 아주 조금만 넣어주세요. 자기가 자기 것 먹습니다. 마실 것은 음료수는 안 되고 물은 괜찮습니다. 번거롭겠지만 부탁드려요.] 저녁에 이 계획을 취소했다. 군포에 확진자가 많이 늘어 하지 않는 게 낫겠다 싶어 다시 안내드렸다. [내일 영화 보며 먹기로 한 건 요즘 군포나 나라에 확진자가 많아 취소합니다. 아이들에게는 제가 쓴소리 듣겠습니다. 바쁘게 준비하셨을 텐데 이랬다저랬다 해서 죄송합니다. 양해바랍니다.] 물론 다음 날 학생들은 영화를 잘 봤다. 손과 입이 심심했지만. 생각보다 쓴소리를 많이 듣지도 않았다.

목: 목-금요일 아침은 기타동아리 하는 날이다. 이날만은 8시 30분에 시작한다. 목요일은 2학기에 처음 만나서(원격수업으로는 날마다 쳤다) 하는 기타동아리라 연습 시간은 얼마 갖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짬이 나면 기타 연습한다. 10월 12일에 군포음악축제에 기타 동아리 모두가 함께 서기로 해 연습을 바짝 더 해야 한다. 한 달 남았으니. 두 학생이 걱정이다. 도움반인데 같이 서려 한다. 사실 아직 칠 줄 모른다. 계속 돕겠지만 못 치면 못 치는 대로 서려 한다.

금: 2학기 학급대표를 뽑는다. 충분하게 이야기(하는 일, 이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 나누고 모두가 공약하는 글을 쓴다. 학급학생자치회선거관리위원 진행으로 토론회(공약 – 후보자 상호질의 – 유권자 질의 – 마지막 주장)을 하고서 투표했다. 열일곱 학생에서 일곱이나 나와 둘을 뽑으니 치열할 수밖에 없는데 토론회는 후딱 끝났다. 아직 서툴기에 이런 기회를 더 갖는다. 잘 못할 것이라 생각하기에 토론회를 계속 한다. 6-4-3-1-1-1-1로 표가 갈려 둘이 뽑혔다. 한 표를 받은 학생들은 자기 표다. 내가 나를 뽑은 그 한 표도 소중하다. 0이 아니니. 오후에는 미술로 바깥나들이를 나갔다. 가을을 글로 쓰고 그렸다. 학생들 옆에 앉았는데 가을바람이 살랑살랑 분다. “아, 좋다.” 크게 말하니 아이들도 덩달아 좋다 한다. 하늘이 정말 가을이다. 누워서 하늘 보는 학생이 부러웠다.


“여러분, 10분 뒤에 더 먹을 사람들 도울 게요. 영근 샘 밥 먹는 10분만 기다려줘요.”
우리 학교는 교실에서 급식한다. 배식을 나와 학생 둘셋이 돌아가며 한다. 월, 화요일은 5교시를 마치고 점심 먹는다. 점심 먹고 바로 간다. 수요일은 4교시. 이때는 학생들이 집에 가면 그때 나도 밥을 먹는다. 나는 도시락을 싸 와서 먹는다. 목, 금요일은 4교시를 마치고 점심을 먹고 오후 2시간 수업을 더 한다. 이때는 배식을 돕고 나도 밥을 먹어야 한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10분만 달라고 했다. 밥 다 먹고 더 먹고 싶은 학생들이 10분 동안 아무 말 없이 내가 다 먹는 걸 기다렸다.


한 주 동안 일찍 잤다. 푹 잤다. 생각보다 학생들과 만나서 살며 신경 쓸 게 있으니(코로나 탓이지만) 피곤은 여전히 크다. 그럼에도 교실에서 만나서 사는 게 좋은 한 주였다. (2021.09.11.)

         

Notice  영근 샘 교단일기    이영근 180
26  앞으로 사랑한다고 말할 거다.    이영근 15
25  새겨둘 뿐    이영근 37
24  ‘고장 난 교육’과 ‘병든 교육’    이영근 33
23  <맨날맨날 이런 공부만 하고 싶어요> 정순 샘 말말말    이영근 93
22  학생, 선생님이 함께 행복한 교실 이야기    이영근 127
21  배우려 할 때를 놓치지 말자. 그때는 힘줘야 한다.    이영근 120
20  영근 샘은 어떻게 글을 쓰는가?    이영근 160
 다시 시작한 등교수업, 한 주를 돌아보다.    이영근 159
18  글쓰기 질문과 대답    이영근 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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