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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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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회보에 실었던 글입니다.

중간고사를 마치고


이영근
경기 안산 상록초등학교


어제 집에 가려고 나서는데 칠판이 휑합니다. 편지라도 쓸까하다가 편지 대신 칠판 가운데 크게 글을 썼습니다.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그리고 칠판 한쪽 구석 ‘영근샘 편지’에도 짧게 글을 남겼습니다.

우리 꿈꾸며 희망을 노래하자.

그러고는 집에 왔습니다.
중간고사 시험 준비로 힘들어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쓴 글입니다. 시험 날 아침에 어깨 축 늘어뜨리고 교실에 들어왔을 때 이 글을 읽고 힘을 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바람대로 아이들이 이 시를 읽고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침부터 시험 보기 위한 준비를 합니다. 다들 보는 책이 문제집이나 학원에서 공부하는 자료입니다. 줄을 그은 책은 벌써 너덜너덜합니다.
“그거 볼 필요 없어. 그냥 교과서만 보면 된다니까. 교과서를 봐.”
며칠 전부터 이렇게 말해도 그게 아닌가 봅니다. 학원에서 배우는 것이 교과서가 아니라 그렇습니다. 그냥 정리된 자료를 밑줄 그으며 달달 외웁니다. 내가 고등학교 때 하던 모습을 지금 우리 아이들이 그러고 있습니다. 그게 마음 아픕니다. 우리 학년 선생들이 내는 문제라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안 벗어난다고 아무리 말을 해도 안 믿으니 어쩝니까.
이제 10분 있으면 시험지 받을 아이들 위해 제가 해 줄 수 있는 것을 생각하다가 기타를 들고 노래를 합니다. 칠판에 쓴 글이 담긴 노래 ‘꿈꾸지 않으면’을 부릅니다. 공부하는데 피해가 되면 안 되니 조용히 부릅니다. 나지막한 소리로 부르지만 꿈을 꾸며 희망을 노래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부릅니다. 제 마음이 전해졌으면 합니다. 노래 부르며 곁눈질로 살피니 몇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공부합니다. 또 몇은 제가 내는 소리만큼 내며 따라 합니다.
이어서 한 곡 더 합니다. ‘꼴찌를 위하여.’ 마찬가지로 차분하게 부릅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고. 그렇게 시험 시간은 다가옵니다.
“자, 우리 시험을 즐거이 맞이하는 마음으로 손뼉 치고 시작하자.”
그러고 네 시간 시험을 마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자, 우리 손뼉으로 맞이했으니 손뼉 치며 시험을 마치자.”

짬짬이 점수를 매기다 보니 어이없이 틀린 문제나 실수한 것이 눈에 밟힙니다. 그런 아이를 불러 말하고픈 마음이 목을 타고 올라옵니다. 그럴 때면 그 전에 아이들에게 몇 번이나 했던 말을 떠올립니다. “오늘 시험 치고서 어떤 거 맞았니 그러지 말고 내가 잘 봤다 생각하고 그냥 푹 쉬어. 시험 본 것은 다음에 다시 살피자.” 했던 말입니다. 그런데 제가 그러려고 합니다. 누가 맞았니 하면서. 그래서 저도 참고 또 참습니다.
다섯째 시간은 일부러 체육을 했습니다. 발야구를 하는데 전담 선생님이 계시지만 그냥 제가 했습니다. 즐기게 해 주고 싶은 마음에 그렇습니다. 두 편으로 나눠 했는데 점수도 3:3으로 마쳐서 참 좋았습니다.

체육을 마치고 교실에 들어올 때도 기대가 큽니다. 줄 게 있거든요.
먼저 문집입니다. 점심시간에 문집 모둠과 애써 찍개(스테이플러)로 찍은 문집이 아이들을 기다립니다. 두 번째 문집입니다. 올해부터는 문집이 책이 아닙니다. 학교에서 복사해서 얇게 자주 냅니다. 문집을 받고 열심히 봅니다. 발야구로 흥분된 마음이 아직 남아있지만 그래도 자기 글은 눈에 쏙 들어오기 마련입니다. 참, 이번에는 어린이날 선물로 찍은 사진도 같이 실었습니다. “영근샘은 합성한 것처럼 다 똑같아요.” 합니다. 나랑 한 사람씩 돌아가며 안고 찍은 사진이니 그렇습니다. 사진 아래에는 이렇게 글을 썼습니다.


서로 닮고 싶습니다.
해마다 어린이날이면 선물을 줬는데 올해는 딱히 제대로 준비를 못 했네요. 그래서 이렇게 서로 안고 사진을 찍었어요. 똑같은 장소, 똑같은 사람과 찍지만 그 모습은 다 달라요. 같은 것 같지만 영근샘 웃음이 다 달라요. 그때 우리 사랑이들이 보이던 반응과 모습이 눈에 그려지는 걸요. 사람은 서로 좋아하면 닮는다고 하죠. 영근샘도 우리 사랑이들과 닮고 싶어요. 우리 사랑이들도 나와 닮고 싶은 마음인지 궁금하네요. 시간이 더 지나 또 사진을 찍는다면 지금보다 더 닮은 모습일까요? 그게 궁금하네요. 많은 사진에서 누가 서로 닮았나요?









두 번째는 봉숭아 씨앗입니다. 내일이 스승의 날이라 줍니다. 해마다 주는 것처럼 이번에도 제 짤막한 편지에 봉숭아 씨앗 다섯 알을 넣고, 가루약 접듯 접어 뒀습니다.
“이건 내 스승의 날 선물인데 집에서 키워 봐. 해마다 주는데 보통 반 정도 심어서 키우더라. 그리고 그걸로 여름방학에 손톱에 물도 들여 봐. 키울 수 있니?”
“네.”
소리가 우렁찹니다.
“참, 씨앗을 싼 종이는 내 편지이니 씨앗 심고 읽어 보고.”
한 마디 더 합니다.
“내일 스승의 날인데 나에게 꽃도 주고 싶고, 케이크도 주고 싶겠지만(아이들은 웃으며 야유도) 이번에는 참아. 다음에 크거든 그때 해 줘.”
그러며 아침에 받은 신영이(지난 학교 의왕초 1학년 때 제자, 지금은 3학년)가 보내 준 편지와 종이접기로 접어 보낸 꽃을 보입니다.
“9기 신영이가 보낸 것인데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원래 이렇게 날 가르쳐 주셨던 분들께 편지나 선물을 드리는 거야. 그러니 내일 편지지와 편지봉투를 준비해. 그리고 그때 선생님과 지내던 일을 떠올리게 일기장도 가져오고. 내가 편지지와 편지봉투를 나눠줄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자기가 준비하는 즐거움이 있잖아. 문방구에 가서 내일 선생님께 쓸 편지지를 고르며 가슴 떨리는 즐거움. 그러니 편지지와 편지봉투도 준비해 봐. 예쁜 걸로.”
은비가 그럽니다.
“저는 선생님 선물 준비했는데.”
“그건 다음에 주라.”
미안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뜻을 제대로 살려야지요.

그러고서는 어제 못다 한 옛이야기 즐거이 끝내고, 토요일 해 먹을 음식이며 연극 대회 준비한다고 계속 북적북적합니다. 아이들 표정에서 시험으로 힘들었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웃음이 가득합니다.
(2009. 5.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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