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학년 학생들이 독서록에 처음으로 생각을 담는 날.
“여러분, <오즈의 마법사> 읽을게요.”
두 번째 온작품 읽기(우리 학교에서는 ‘책나래 펼치기’라는 이름으로 한다. 날마다 30분 남짓 읽고 있다. 첫 번째 책은 <마틸다>였다.) <오즈의 마법사> ‘13장. 친구들을 구하다’를 읽는다. 책을 읽을 때는 한 학생이 모든 장을 다 읽는다. 중간에 주고받는 말(대사)은 다른 학생들이 맡아서 읽는다. 책을 다 읽었다.
“자, 이제 간추릴게요.”
우리는 읽을 때마다 <책나래 담기>(우리 반 독서록 이름)에 쓰고 있다. 학기 초에 배운 간추리기를 이것과 연결해서 하며 쓸 때마다 세 문장 이상으로 간추리고 있다. 처음 간추릴 때는 학생들 말로 얼거리를 잡거나, 함께 쓰기까지 했는데 이제 어느덧 스스로 쓰고 있다. 물론 배움이 느린 학생들은 아직도 선생님이나 친구들이 돕는다. 다른 학생이 쓴 글을 보고 따라 쓰기도 한다.
“영근 샘이 간추려 줄게요.”
“와!”
이렇게 영근 샘이 간추려 준 적이 있다. 어린이날 때 선물(다른 선물과 함께)로 간추리기를 대신 했다. 학생들은 간추리기를 스스로 하지 않으니 좋아했고, 영근 샘은 간추리기 하는 방법을 보여줘야지 하는 생각이라 서로 좋았다. 이번에도 영근 샘이 간추려 주려 한다. 생각을 쓰는 첫 시간이니. 간추리기 해 줄 핑곗거리를 찾다가 책을 읽으며 찾았다. ‘윙키는 도로시와 친구들에게 금으로 선물을 한다.’는 내용을 보며 생각났다.
“여러분, 일요일에 영근 샘이 윙키를 만났어요. (정말이요? 거짓말. 와!) 윙키가 영근 샘에게 이걸(금반지) 줬어요. (우와! 결혼반지잖아요.) 안 믿나요? 윙키가 이 말을 믿는 사람들에게만 글을 간추려 주라 했어요. 영근 샘 말 믿나요?”
“네. 믿어요.”
영근 샘이 간추리기를 한다. 파워포인트를 띄우고 학생들과 함께 간추린다. 영근 샘은 타자만 칠 뿐, 간추리는 건 사실 학생들이다.
[13. 친구들을 구하다 : 서쪽 마녀를 물리친 도로시 덕분에 윙키들은 노예에서 풀려났다. 윙키들은 고마워서 양철나무꾼을 양철공이 고쳤다. 나무꾼과 윙키들은 허수아비도 고쳤다. 윙키들에게 선물을 받고, 도로시는 황금 모자를 쓰고는 에메랄드 시로 출발한다.]
학생들은 쓴 대로 따라 쓴다. 모두가. 쓴 학생이 영근 샘에게 가져올 때가 되었다. 오늘 해야 할 게 남았다. 오늘 국어로 ‘의견’(글쓴이나 인물이 어떤 대상에게 지니는 생각 – 교과서)를 배우는 첫날이다. 곧 교과서로 ‘의견의 뜻 알기’도 할 테다.
“여러분이 간추린 것 아래에 여러분 생각을 써주세요. 그런데 그냥 좋다, 행복하다로만 쓰지는 않아요. 그렇게 생각하는 까닭이 드러나게 써 주세요.”
우리 반 열여섯은 이렇게 생각을 덧붙였다.
“어떤 것에 갖게 되는 생각을 ‘의견’이라 해요. 여러분이 책을 읽고 든 생각도 여러분 의견이라 할 수 있어요. 우리 이제부터는 간추리고 아래에는 한 줄씩 생각도 써 보도록 할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