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3월 첫날 하신 삼행시 올해 아이들한테도 하셨어요?”
“푸하하하!”
이번 방학에 7년 전에 가르쳤던 아이들을 대학로에서 만났다. 영속적인 시간, 긴 세월 가운데 우리가 만났던 때, 그 1년의 시간을 실감하면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빛의 속도와 시간의 속도는 같다고 했던가? 그래서 시간의 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빠르면 과거로도 갈 수 있다고 했었지. 그날 나는 마음의 타임머신을 탔다. 빛보다 빠른 속도로 아이들과 함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즐거운 시간여행을 했다.
첫 발령, 첫 만남, 첫사랑, 첫 키스(더 이상 나가면 안 되겠다). ‘첫’의 두려움과 긴장. 그리고 그 인상 깊음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지만 제자들을 만나면서 새삼 중요성을 체감하게 되었다.
영화 <오! 수정>처럼 부분적인 기억과 이해는 서로 다 다른데,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만장일치 하는 부분이 바로 첫날의 내 모습, 그리고 내가 했던 말과 이야기였다. 나중에도 때때로 생각이 났다고 하면서.
아이들의 긴장과 기대가 침묵으로 흐르는 3월 첫날의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설 때부터 한순간도 나를 놓치지 않는 그 맑은 눈들이 내 이름 삼행시 소개에 비로소 웃는다.
“정말로 애들을 사랑하고 잘 가르치는 순수한 선생님이 되고 싶은…”
나와 아이들이 함께 웃는다. 그리고 우리가 만난 소중한 인연에 대해 확률적으로 얼마나 만나기 어려운지 이야기한다. 또 알고 있거나 본 것, 책에서 읽은 이야기들을 내 나름대로 바꿔서 만든 짧은 이야기를 하나 들려준다.
그 이야기는 매년 조금씩 다르다. 그해 첫날 아이들을 만나기 전까지 내가 생각하고 고민한 내용들이 들려줄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이야기든지 결국은 서로 다른 존재에 대한 사랑과 존중, 더불어 함께하는 공동체에 대한 내용들이다.
교사들 사이에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첫날, 그리고 3월 한 달 동안 표정 관리를 잘 해야 1년이 편안하다는. 하지만 나는 아이들의 삶 속에서 잊혀지지 않고 때때로 생각날 ‘첫’날은 웃으면서 즐거운 기억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코 그 ‘첫’날의 아름답고 순수한 두려움을 교사 자신의 편안함과 바꿀 일이 아니다.
1년 동안 내가 가르치고 또한 나를 가르칠, 그래서 함께 성장할 또 다른 나인 아이들. ‘첫’날, 그 아이들에게 살아갈 날들에 대한 즐거운 기대와 새로운 희망을 갖게 하고 싶다.
사랑으로 마음의 상처와 굳은살을 벗겨 내고, 자유로운 의지와 맑은 지성으로 살아가는 연습을 하는 ‘첫’날이므로. 어느 순간, 어디에서고 ‘첫’날처럼 더불어 처음처럼 살아가야 하므로.
정애순 / 서울 창경초 교사
:; 우리교육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