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형님께
눈을 감으면 바로 앞에 황금 물결이 펼쳐진 풍경이 보일 것 같은 풍요로운 계절입니다. 가을로 접어드는 문턱에서 하늘을 바라보면 미술 시간에 사용했던 파란 물감을 온통 칠한 것 같은 아름다움이 담겨 있습니다. 주위는 이렇게 아름답게 변해가고 있고, 아이들은 그 변화 속에서 더욱 아름답게 성장해 나감이 그저 평안하게 느껴집니다.
안녕하십니까? 언제 더웠냐는 듯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이 무척 차가워졌습니다. 환절기에 댁에서도 감기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예전에 우연히 서점에 들러 '홍어'라는 책을 손에 쥐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3시간 동안 한자리에서 책을 본 기억이 문득 납니다. 이처럼 책은 마음을 사로잡아 마음을 열게 하는 좋은 벗입니다. 또, 내가 직접 해보지 못한 경험을 책을 통해서 간접적이나마 느낄 수 있는 좋은 점도 있습니다. 요즘은 주위에서 책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독서에 대한 필요성이 예전보다는 없어진 것 같습니다. 이에 학급에서는 아름다운 자연 조건 아래에서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펼 수 있도록 10월은 독서의 달로 정하고 독서와 관련된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먼저 독서 토론회를 계획해 보았습니다. 혼자서 일을 하는 것보다 다같이 하면 훨씬 수월하듯이 같은 책을 정해진 날짜에 읽어 생각해 볼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여 토론하는 자리를 만들고자 합니다. 이 독서 토론회는 가정에서도 확인해 주셔야 가능합니다. 아동이 정해진 책을 약속된 날짜에 꼭 읽도록 지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좋은 책 소개하기'라는 시간을 만들어서 좋은 책은 서로 권하여 친구들도 함께 읽는 기회를 넓혀갈까 합니다. 추천 도서를 하는 아동은 그 이유와 까닭은 분명하게 밝히고, 줄거리를 간단하게 소개하여 읽을 책을 고르는 기준을 제시해 주면 더욱 의미 있는 독서가 되리라 생각이 됩니다.
이 밖에 독서량을 스티커로 표시해서 아동 상호간에 선의의 독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남은 기간에 아침 자습 시간을 이용하여 독서와 관련된 모든 활동을 실시하고, 좋은 반응이 있으면 학년말까지 실시할까 합니다.
환절기 건강에 유의하시고 가정에서도 10월달 만큼은 독서의 생활화에 적극 관심을 갖고 지도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럼 가정에서 언제나 사랑의 메아리가 항상 들릴 수 있기를 작게나마 기원하면서 다음 달 인사드리겠습니다.
0000년 10월
학년 반 담임 올림
